Yes 하는 자신을 본 날
claude-code 랑 대화하면서 모르는 거 묻고, 답변이 오면 그걸 보고 이해하고 넘어가고 했다. 그런데 매일 텍스트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까 너무 피곤하거나 빨리 개발 중인 걸 진행하고 싶을 때는 이해하지 않고 넘기기도 했다.
어느 순간 클로드가 제안한 내용을 그냥 전부 다 Yes 로 하는 자신을 보고 이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릿속에 있던 사고는 —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마지막에 디버깅만 내가 잘해서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지 체크만 하면 되지 않나?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런데 이러면 결국 클로드가 추천해준 대로만 움직이게 되니까 내가 응용하고 활용하기 힘들다.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고는 있지만 만드는 걸 내가 모르면 나중에 응용하거나 활용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기록해두고 나중에 되새겨보면서 체득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남기면 claude-code 도 그것을 읽을 수 있으니,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로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진다.
체득이란
내가 생각한 체득의 정의는 단순했다 — 그 용어를 누가 물어보면 내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 체득해서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정확한 질문과 더 정확한 명령을 내려서, 내가 구현하거나 만들고 싶은 걸 더 정확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게 feynman-technique 의 본질과 같다는 건 그날엔 몰랐다. 내 단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이해 — 같은 말이다.
창조의 본질
체득을 왜 하고 싶은가에 답하다 보니 — 무언가 창조하려면 기존에 있던 걸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존 것이 어떤 게 불편하고 이런 원리니까, 이렇게 하면 더 편하지 않나? 라는 걸 알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을 모르면 개선도 모르고, 개선을 모르면 창조도 없다.
그날의 셋업
기록을 남기는 메커니즘으로 claude-code 안에서 4 가지를 비교했다.
slash-command (.claude/commands/<name>.md) — 사용자가 /<name> 입력 시 claude-code 가 invoke 되어 LLM 작업이 가능하다. 가장 의외였던 건 slash command 가 LLM 을 부를 수 있다 는 점이었다. 그 순간 ouroboros 나 superpowers 같은 플러그인들도 내가 직접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ook (Session Start / Stop / End) — 특정 이벤트에 shell 명령이 자동 실행. 자동성은 있지만 LLM 호출은 X. metadata 백업 정도.
CLAUDE.md 규칙 — 자동 실행 X. 클로드가 그 규칙을 읽고 본인 행동을 조정하는 프로토콜 역할.
Daily cron / launchd — 외부 서브프로세스 호출. 가장 자동이지만 셋업 비용 ↑.
답은 단일 메커니즘이 아니라 조합이었다. slash-command /learn 능동 호출 + CLAUDE.md 프로토콜로 적시 권유 + hook 으로 metadata 백업. 각자가 가장 잘하는 일만.
셀프 시범
오늘 일지의 첫 entry 가 이 학습 일지 시스템 자체를 정리한 것이다. 자기 referential — 학습 일지가 학습 일지를 기록한다.
1년 후의 나에게
1년 후에 이 entry 를 다시 본다면, 미래의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
1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
창조하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코딩에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일본까지 넘어가 일하게 되었고, 더 발전하고 배우고 싶어서 안정적인 걸 버리고 다른 회사 이직이라는 선택을 했고, 결국은 일본 커리어를 버리고 귀국해서 창업이라는 선택을 했는데 이 선택이 헛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는 게 맞았다. 어릴 땐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물론 배운 건 많았지만 돈을 받고 배우는 입장이었던지라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일원이 되어 회사 시스템을 잘 굴려주는 사람이 되어주길 원했었다. 회사의 KPI 를 정할 때도 나는 내 스킬을 더 높이기 위한 KPI 였고, 회사는 현재 시스템을 잘 굴리기 위한 것이어서 거기서부터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걸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게 직장 생활할 때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더더욱 자유로워지며 하루하루가 즐겁고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가 되었다.
니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수많은 불확실함과 외로움이 공존했지만 잘 이겨냈고 니가 만들고 싶은 인생을 만들었다. 지금은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지만 꾸준히 한다면 니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생이 실현될 것이다.
— 미래의 나에게는 진짜 이렇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다.